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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 서비스」 안내문을 읽다가 한참을 갸웃했습니다. 은행, 증권, 보험,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심지어 대부업체까지 조회 대상에 들어 있습니다. 신청 한 번이면 돌아가신 분의 예금과 빚을 한꺼번에 찾아 준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목록을 몇 번을 다시 봐도 거래소 이름이 없었습니다.
찾아보니 제도가 아직 그 자리까지 오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코인은 은행 예금처럼 자동으로 발견되는 재산이 아닙니다. 남은 가족이 「이 사람이 코인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알고 있어야 찾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가상자산이 상속될 때 실제로 어떤 절차를 밟게 되는지, 그리고 왜 살아 있을 때 가족에게 말해 두는 편이 나은지 정리해 드립니다.

1. 예금은 나라가 찾아 주는데, 코인은 왜 안 찾아 줄까요?
「상속인 금융거래 조회 서비스」는 유족이 금융회사를 일일이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도록 금융감독원이 대신 조회해 주는 제도입니다. 신청하면 접수일로부터 20일 안에 결과가 오고, 3개월 동안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조회해 주는 곳이 정해져 있다는 점입니다. 2026년 9월 현재 금융감독원 「파인」에 안내된 조회 대상은 이렇습니다.
- 은행과 저축은행, 우체국, 종합금융회사
- 증권 쪽의 한국증권금융과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회원사
-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카드회사, 리스회사, 할부금융회사
-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산림조합, 대부업체
- 국세청과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공공기관
가상자산사업자, 그러니까 우리가 쓰는 코인 거래소는 이 목록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조회 대상이 법과 협약으로 묶여 있는데, 거래소는 아직 그 틀 안에 없습니다.
짚고 넘어갈 점
「제도가 없어서 조회가 안 된다」는 말은 「그러니 안 알려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정반대입니다. 나라가 찾아 주지 않는 재산일수록, 알려 두는 일이 통째로 개인의 몫으로 남습니다.
2. 남은 가족이 실제로 밟아야 하는 순서
코인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전제에서, 유족이 하게 되는 일은 대략 이런 모양입니다. 거래소마다 서류와 창구가 조금씩 다르지만 큰 흐름은 비슷합니다.
- 사망 사실을 확인하는 서류를 갖춥니다: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사망진단서 등
- 거래소에 상속 절차를 개별로 문의합니다. 한 곳에 신청한다고 다른 곳이 같이 처리되지 않습니다
- 상속인이 여럿이면 대표 상속인을 정하고 나머지 상속인의 동의 서류를 함께 냅니다
- 심사가 끝나면 코인 자체가 아니라 원화로 정산해 주거나, 상속인 명의 계정으로 옮겨 줍니다
- 상속세는 상속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안에 신고하고 납부합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7조, 제70조)
한 곳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 은행과 다릅니다
예금은 조회 신청 한 번으로 어느 은행에 얼마가 있는지가 한꺼번에 나옵니다. 코인은 그런 창구가 없어서, 유족이 거래소를 하나씩 짚어 가며 문의해야 합니다. 국내에서 원화 거래가 되는 곳만 해도 여러 곳이고, 계정이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상태라면 어디부터 물어봐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어느 거래소를 쓴다」는 한 줄이 이 대목에서 며칠을 줄여 줍니다.
보관 장소에 따라 난이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 어디에 있나 | 남은 가족이 찾을 수 있나 |
| 국내 거래소 계정 | 알고 있으면 서류로 찾을 수 있음 |
| 해외 거래소 계정 | 아이디와 접속 수단을 모르면 사실상 어려움 |
| 개인 지갑(콜드월렛 포함) | 시드문구가 없으면 방법이 없음 |
윗줄에서 아랫줄로 내려갈수록, 고인이 남긴 「말 한마디」의 값이 커집니다.
3. 상속세는 돌아가신 날 가격으로 매기지 않습니다
여기서 많이들 놓치는 대목이 있습니다. 코인의 상속세 평가액은 사망한 날의 시세가 아닙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5조 제2항은 가상자산을 「거래규모 및 거래방식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으로 평가한다」고 정해 두었고, 실제 계산 방법은 시행령에 있습니다. 국세청 설명에 따르면 국세청장이 고시한 가상자산사업자에서 거래되는 코인은 상속개시일 전 1개월과 이후 1개월, 그러니까 두 달 동안 그 거래소가 공시한 일평균가액의 평균으로 평가합니다. 2022년 1월 1일부터 적용된 방식입니다.
최초 고시 때 이름이 오른 사업자는 두나무(업비트), 빗썸코리아, 코인원, 코빗 네 곳이었습니다. 고시 명단은 바뀔 수 있으니 실제 신고 때는 홈택스에서 확인하셔야 합니다.
그 두 달에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에 따라 세금이 달라집니다
이 방식은 하루짜리 급등락에 세금이 휘둘리지 않게 하려는 장치입니다. 다만 방향이 반대로 작동할 때도 있습니다. 상을 치르는 두 달 사이에 시장이 크게 오르면, 유족이 실제로 손에 쥔 금액보다 높은 값으로 세금이 매겨질 수 있습니다. 팔지 못한 채 값만 올라간 경우가 특히 그렇습니다.
홈택스에는 2022년 3월부터 가상자산 일평균가격을 조회하는 기능이 들어와 있어서, 유족이 직접 계산기를 두드릴 일은 줄었습니다. 그러나 조회하려면 어느 거래소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다시 같은 자리로 돌아옵니다.

4. 개인 지갑은 알려주지 않으면 그대로 없어집니다
거래소 계정은 그래도 회사가 남아 있으니 서류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개인 지갑은 다릅니다. 시드문구를 아는 사람이 세상에 아무도 없으면, 그 자산은 블록체인 위에 영원히 남아 있으면서 누구의 것도 되지 못합니다. 고객센터도 법원도 열어 줄 수 없습니다. 열쇠가 곧 소유권인 구조라서 그렇습니다.
다 알려 드릴 필요는 없습니다
가족에게 말한다는 것이 통장 잔고를 공개하는 일과 같지는 않습니다. 남겨야 하는 정보와 남기지 말아야 하는 정보가 갈립니다.
- 남길 것: 어느 거래소를 쓰는지, 개인 지갑이 있는지, 그 기록을 어디에 뒀는지
- 남길 것: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누구에게 물어보면 되는지
- 남기지 말 것: 시드문구 자체를 문자나 메신저, 클라우드 메모에 적어 두는 일
- 남기지 말 것: 지금 얼마인지에 대한 실시간 보고. 값은 매일 바뀌고, 대화만 피곤해집니다
「금액」이 아니라 「존재와 위치」를 알리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이 정도만 해도 유족이 출발선에는 설 수 있습니다.
짚고 넘어갈 점
저는 여기서 「어디에 어떻게 보관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가」까지는 답을 못 드립니다. 보관 방법은 각자의 사정과 금액에 따라 다르고, 저 역시 정답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아무 데도 적어 두지 않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말 못 할 일이라 미루는 사이에, 없는 재산이 되어 갑니다
코인 이야기를 가족에게 못 꺼내는 이유는 대개 제도가 아니라 감정입니다. 손실이 나 있으면 더 그렇습니다. 저도 2024년 12월에 아는 동생 말만 믿고 시작해서 한때 수익률이 마이너스 70퍼센트까지 갔던 사람이라, 그 심정은 압니다. 이겨서 자랑할 때는 말이 쉽고, 지고 있을 때는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상속은 내가 준비를 마친 다음에 찾아오지 않습니다. 알리지 않은 코인은 「비밀」로 남는 것이 아니라 「없는 것」이 됩니다. 은행 예금은 나라가 찾아 주지만, 이것은 아직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니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종이 한 장에 쓰는 거래소 이름, 배우자나 자녀가 아는 서랍 한 칸이면 오늘 할 몫은 끝납니다. 재산을 지키는 일은 잘 사는 기술이기도 하지만, 잘 넘기는 기술이기도 합니다.
참고자료
-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 「상속인금융거래조회 - 제도안내」 (2026-09-03 확인) https://fine.fss.or.kr/fine/main/contents.do?menuNo=900208
- 국가법령정보센터,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5조 (2023-07-18 개정) https://www.law.go.kr/lsLinkCommonInfo.do?lsJoLnkSeq=1022577669
-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법제처), 「상속 - 상속세 계산 및 납부」 (2026-09-03 확인) https://easylaw.go.kr/CSP/CnpClsMain.laf?popMenu=ov&csmSeq=255&ccfNo=7&cciNo=2&cnpClsNo=1
- 일간NTN, 「국세청, "가상자산 상속·증여하는 경우도 상속세·증여세 신고납부 대상"」 (2021-12-28) https://www.int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0039
※ 이 글은 공개된 법령과 기관 자료를 읽고 정리한 개인 기록이며, 세무 상담이나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실제 상속 절차는 개별 사정에 따라 달라지니 세무서나 전문가의 확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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