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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코인을 만든다"는 기사 제목을 보고 한참을 갸웃했습니다. 은행이 왜 코인을 만듭니까. 그것도 여러 곳이 뭉쳐서 하나를 만든다니, 무슨 조합인가 싶었습니다.
기사 몇 개를 찾아 읽어 보니 생각보다 이상한 그림이었습니다. 금융사들은 이미 팀을 짜고 있는데, 정작 그걸 허락해 줄 법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대체 금융사들은 왜 이렇게 바쁘게 모이고 있고, 법은 어디서 왜 막혀 있는지 코린이 시선에서 하나씩 풀어봤습니다.

1. 이름에 '스테이블'이 붙으면 정말 안정적일까요?
스테이블코인은 값이 안 흔들리도록 만든 코인입니다. 1달러짜리는 계속 1달러 근처에 있어야 합니다. 방식 자체는 단순합니다. 코인 하나를 찍을 때마다 진짜 돈 하나를 금고에 넣어두는 것.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그 자리에 원화를 넣습니다.
문제는 "넣어뒀다"는 말을 누가 확인해 주느냐입니다. 2022년 테라·루나 사태를 기억하시는 분들 계실 겁니다. 그건 금고에 돈을 넣는 대신 알고리즘으로 값을 붙잡아 두겠다는 방식이었고, 며칠 만에 주저앉았습니다. 이름에 '스테이블'이 붙어 있다고 안정적인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아주 비싼 값을 치르고 배웠습니다.
준비금을 무엇으로 쌓느냐가 또 문제입니다
지금 논의되는 방식은 준비금을 실제로 쌓아두는 쪽입니다. 다만 그 준비금을 무엇으로 채우느냐에서 또 갈립니다.
- 전부 현금으로 두면: 안전합니다. 대신 발행사는 돈을 벌 수가 없습니다.
- 국채나 예금으로 굴리면: 수익이 납니다. 대신 이용자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바꿔달라고 할 때 제값을 못 받고 팔아야 할 수 있습니다.
이 줄다리기를 어디서 끊을지가 결국 법으로 정해져야 합니다.
2. 이거, 간편결제 잔액이랑 뭐가 다른가요?
이 대목에서 한참 막혔습니다. 요즘은 간편결제 앱에 몇만 원 충전해 두고 커피값을 긁는 게 자연스러운 시대입니다. 그런데 굳이 코인을 왜 만드나 싶었습니다.
차이는 돈이 움직이는 통로에 있습니다.
- 계좌나 앱의 잔액: 은행 서버 안의 숫자입니다. 남에게 보내려면 은행망을 거쳐야 하고, 해외로 보내려면 중간에 여러 은행을 갈아타며 수수료와 며칠을 먹습니다.
- 스테이블코인: 그 숫자를 블록체인 위에 올려 은행망 밖에서도 주고받게 만든 것입니다. 밤 11시든 추석 연휴든 상관없고, 결제와 정산이 한 번에 끝납니다.
이론상으로는 그렇습니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나온다고 우리 결제 경험이 극적으로 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간편결제는 이미 세계적으로 봐도 빠른 편이니까요. 진짜 쓰임새는 기업 간 정산이나 무역 대금, 해외 송금처럼 개인 눈에 잘 안 보이는 쪽에서 먼저 나올 거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런데 뉴스는 자꾸 개인 투자자 쪽을 향해 떠들썩합니다. 이 온도 차가 저는 좀 신경 쓰입니다.
3. 은행 네 곳이 모여야 하나를 만들 수 있다는 이상한 계산
여기서부터가 좀 재밌습니다.
은행법상 은행은 자회사가 아닌 회사의 지분을 15%까지만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회에서 논의 중인 안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권을 '은행이 과반, 그러니까 50%에 1주를 더한 지분을 쥔 컨소시엄'에 주는 방향이 유력하다고 합니다. 여기에 핀테크 기업에는 특별결의를 막을 수 있는 34% 수준의 지분을 보장하는 방안이 함께 검토되고 있습니다.
15%씩 모아서 50%를 넘기려면? 은행이 최소 네 곳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짝짓기
-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합병이 추진되고, 하나금융지주가 두나무 주주로 올라섰습니다.
- KB금융은 토스·빗썸과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 카카오도 시중은행을 접촉하고 있다고 합니다.
짚고 넘어갈 점
이 짝짓기는 사업 판단이 아니라 규제 계산에서 나온 조합입니다. "이 회사와 손잡으면 더 좋은 서비스가 나온다"가 아니라 "지분 50%를 채우려면 몇 곳이 필요하다"가 먼저입니다. 숫자를 맞추려고 묶인 조합이 나중에 쓸 만한 서비스를 만들어 낼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입니다.
4. 법은 왜 아직 국회 서랍 속에 있을까요?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은 계속 밀리는 중입니다. 원래 2025년 말이면 된다던 것이 2026년 1분기로, 다시 하반기로 넘어갔습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 기능이 사실상 멈춰 섰던 영향이 컸습니다.
8월 임시국회가 열리긴 했지만 민생법안 처리가 우선순위로 밀려, 본격적인 논의는 9월 정기국회에서나 이뤄질 전망입니다. 8월 17일 여당 전당대회 이후 새 지도부와 정책위원회 구성이 끝나야 움직일 수 있다는 겁니다. 국회에 계류된 디지털자산·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은 이미 10건입니다.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 말 국회 업무보고에서 정부안은 마련했으나 일부 이견이 남아 있다고 밝혔습니다.
업계 관계자들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분 구조도, 발행·유통 체계도 결국 법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 법이 없으니 아무것도 확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설계도가 안 나왔는데 자재부터 사 모으고 있는 셈입니다.
준비가 길어지면 생기는 일
이게 꼭 나쁘기만 한 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미리 준비해 둔 쪽이 제도가 열렸을 때 빨리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다만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미 이만큼 투자했으니 우리에게 유리하게 정해달라"는 목소리도 같이 커집니다. 실제로 거래소 대주주 지분 상한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에는 업계 반발이 크다고 합니다.
5. 이 그림에서 소비자 이야기가 잘 안 보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발행권을 누가 갖느냐, 지분을 몇 퍼센트 갖느냐는 아주 뜨겁게 다뤄집니다. 그런데 이런 건 상대적으로 조용합니다.
- 발행사가 무너지면 내가 넣은 원화는 어떤 순서로 돌려받는가
- 예금자보호 대상인가 아닌가
- 준비금은 누가, 얼마나 자주, 어떤 방식으로 들여다보는가
- 사고가 났을 때 책임지는 주체가 컨소시엄인가, 그 안의 개별 회사인가
물론 법안에 담기긴 하겠지요. 다만 지금 뉴스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쏠려 있는지는 꽤 분명해 보입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겠습니다
저는 이 판의 기술적 세부를 다 이해하지 못합니다. 여러 회사가 얽힌 컨소시엄 구조가 오히려 서로를 견제하는 장치로 작동할 수도 있습니다. 핀테크에 34%를 보장한다는 안도 그런 취지로 읽힙니다.
다만 "큰 회사들이 모여서 하는 거니까 안전하겠지"라는 감각만큼은 조심하는 게 좋겠습니다. 저축은행 사태 때도 간판은 멀쩡했습니다. 창구도 번듯했고 안내 책자도 두꺼웠습니다. 안전은 간판이 아니라 제도가 만듭니다.
6. 그래서 지금 개인이 할 일이 있을까요?
솔직히 별로 없습니다. 법이 안 나왔으니 상품도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런 연락이 온다면 사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전예약"
- "발행사 지분 선점 투자"
- "컨소시엄 참여 확정, 지금 들어오면 우선 배정"
존재하지 않는 물건을 팔 수는 없으니까요. 이 사실 하나만 명심하셔도 말도 안 되는 코인 사기에 당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짚고 넘어갈 점
새 제도가 뉴스에 오르내리는 시기에는 그 제도 이름을 붙인 사기가 먼저 도착합니다. 이름이 낯설수록 "잘 모르겠지만 대단한 것 같다"는 틈이 생기고, 사기는 정확히 그 틈을 노립니다. 은행 이름, 대기업 이름, 정부 부처 이름이 앞에 붙어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그런 이름이 붙어 있을 때 더 의심할 일입니다.
대신 9월 정기국회는 한 번 지켜볼 만합니다. 통과되든 또 미뤄지든, 그 결과가 앞으로 몇 년의 판을 정합니다. 뉴스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이라는 단어가 보이면 그때 다시 챙겨 읽으셔도 늦지 않습니다.
7. 화려한 뉴스 뒤에 숨은, 진짜 소비자 우려 3가지
기술이나 법안 자랑은 거창하지만, 막상 내 주머니 사정과 결부시켜 보면 걱정스러운 대목들이 눈에 띕니다.
첫째는 '체인 가두기'와 은근한 수수료 부담입니다. 은행이랑 거래소들이 뭉쳐서 코인을 만들면 처음엔 혜택을 퍼주겠지만, 결국 자기네 결제망에 손님을 가둬두려는 게 목적입니다. 세력을 잡고 나면 카드 수수료처럼 가맹점이나 소비자에게 은근슬쩍 비용을 넘길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는 내 돈의 흐름이 들통나는 문제입니다. 기존 은행 거래도 기록이 남지만, 블록체인에 올라가는 순간 정부나 대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내 송금 내역을 다 들여다보고 특정 계좌를 동결시키는 식의 통제가 쉬워집니다. 편해지는 대신 내 프라이버시를 바꾸는 셈입니다.
셋째는 소문 한 번에 터지는 '사이버 뱅크런' 위험입니다. 일반 은행 예금은 예금자보호라도 되고 한국은행이 뒤를 받쳐주지만, 코인은 흉흉한 소문 하나만 돌면 소셜미디어를 타고 수조 원이 몇 분 만에 빠져나갑니다. 대기업들이 뭉쳤다고 해도 이런 초스피드 금융위기를 진짜 막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줄 서 있는 중이라는 말이 지금은 제일 정확합니다
쉽게 말해, 은행들이 지금 코인을 바로 만들어 내놓는 게 아니라 "만들 수 있게 해달라"며 줄을 서서 대기하는 상황입니다.
반쯤만 맞는 설명일 겁니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설명이기도 합니다. 확정된 건 없고, 다들 준비만 하고 있고, 법은 아직 안 나왔습니다. 이럴 때 제일 위험한 건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부터 조심하겠습니다.
참고자료
- 에너지경제신문, 금융권은 바쁜데 국회는 멈췄다…"원화 코인, 법제화 없인 반쪽 준비" (2026.6.17)
- 블록미디어, 임시국회 돌입했지만…디지털자산법, 정기국회 논의에 무게 (2026.8.3)
※ 이 글은 공개된 기사와 자료를 읽고 정리한 개인 기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법안 내용과 일정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바뀔 수 있으니 최신 내용은 직접 확인해 주세요. 자세한 안내는 「블로그 소개 및 운영 원칙」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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