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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풀린 거래량이 전체 거래량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9월 23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결과를 다룬 기사에서 이 문장을 두 번 읽었습니다. 열 번 거래된 것처럼 보였다면 그중 아홉 번은 거래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이날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시세조종과 부정거래 4건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통보했습니다.
저는 2024년 12월 시바이누로 코인을 시작해, 단가 싼 코인과 가장 많이 떨어진 코인을 찾아다니다 마이너스 70퍼센트까지 가 봤습니다. 그때 제가 산 코인 가운데 이런 조작이 섞인 것이 있었는지는 지금도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번에 적발된 수법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그리고 거래량이 갑자기 늘어난 코인을 보고 따라 사기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정리해 드립니다.

1. 9월 23일 적발된 4건, 어떻게 움직였을까요
기사들이 전한 4건을 유형별로 나누면 이렇습니다.
- 형제의 시세조종 2건: 친형제가 같은 방식으로 여러 코인을 움직였습니다. 물량을 먼저 사 모은 뒤 자동매매 프로그램으로 소액 매수와 매도를 같은 수량으로 계속 주고받았습니다. 거래가 활발해 보이면 높은 값에 사는 주문을 넣어 가격을 끌어올리고, 목표 가격에서 가진 물량을 팔았습니다
- 남의 계정을 동원한 1건: 프로그램 주문 횟수 제한을 피하려고 다른 사람 명의 계정을 썼습니다. 변동성이 큰 코인을 먼저 많이 사 두고, 남의 계정으로 소액 매매를 빠르게 되풀이한 뒤, 자기 계정으로 높은 값에 사는 주문을 넣어 미리 걸어 둔 매도 주문을 차례로 체결시켰습니다. 이 사람은 고발됐습니다
- 운영사 임직원의 거래량 부풀리기 1건: 코인을 만든 쪽이 직접 거래량을 꾸몄습니다
나머지 세 건은 수사기관 통보 조치를 받았습니다. 기사에는 코인 이름과 부당이득 금액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거래량 90%가 가짜였던 코인
네 번째 사건이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이 코인은 국내 대형 거래소 상장에 실패한 뒤 중형 거래소에 상장했습니다. 운영사 임원들은 전문 매매업자를 고용해 차명 계정과 임직원 계정으로 자기들끼리 사고팔았습니다. 목적은 상장을 유지하고, 더 큰 거래소에 상장할 자격을 채우는 것이었습니다.
조사해 보니 발행재단은 조세피난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였고, 백서에 이름이 오른 주요 인물들은 실제로 있는지조차 불분명했습니다. 실제 발행과 운영은 혐의자들의 국내 법인이 했습니다. 백서는 코인이 무엇을 하려는지 적은 설계도이자 사업 계획서 같은 문서입니다. 그 문서의 사람들이 가공이었다면, 투자자가 믿을 근거는 처음부터 거래량 하나뿐이었던 셈입니다.
2. 호가창이 반짝이는 원리 — 한 사람이 천 명처럼 보이는 법
가장매매는 같은 사람이 파는 쪽과 사는 쪽에 동시에 서는 거래입니다. 돈은 제 주머니에서 제 주머니로 옮겨 갈 뿐인데, 거래소 화면에는 거래 한 건으로 찍힙니다.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붙이면 이것을 1초에도 여러 번 할 수 있습니다.
자동매매 프로그램(API)은 원래 거래소가 열어 둔 기능입니다. 사람이 버튼을 누르는 대신 프로그램이 주문을 넣게 해 주는 통로입니다. 기능 자체가 불법은 아니고, 그것으로 가짜 거래를 찍어 내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호가창이 쉬지 않고 깜빡이고, 체결 목록이 빠르게 올라갑니다. 한 기사는 이를 「호가창 반짝임 효과」라고 불렀습니다. 가게 앞에 아르바이트생으로 줄을 세워 두는 것과 비슷합니다. 줄이 길면 지나가던 사람도 한 번 서 보게 됩니다.
짚고 넘어갈 점
거래량은 사람 수가 아니라 주문 수입니다. 거래량 순위 상단에 올라왔다는 것은 많이 거래됐다는 뜻일 뿐, 많은 사람이 샀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번 사건에서 조작한 사람들이 돈을 번 순간은 가격을 올릴 때가 아니라, 반짝임을 보고 들어온 사람에게 물량을 넘길 때였습니다.

3. 금융당국이 꼽은 이상 신호 세 가지
이번 발표에서 금융당국은 투자자가 조심해야 할 모습을 구체적으로 적었습니다. 저는 이 대목이 발표 전체에서 가장 쓸모 있다고 봅니다.
- 이유 없는 급증: 거래가 많지 않던 코인의 거래량과 가격이 이유 없이 갑자기 늘어나는 경우
- 한 거래소 쏠림: 특정 거래소에만 거래량이 몰리는 경우. 인위적인 거래가 섞여 있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 흐릿한 발행재단: 재단이 해외 조세피난처에 있는 실체 불분명한 회사라면 운영 주체, 국내외 유통량,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꼼꼼히 확인하라고 했습니다
앞의 두 가지는 결국 같은 질문입니다. 이 거래량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가. 뉴스나 공지처럼 오른 이유가 따로 보이지 않는데 숫자만 커졌다면, 그 숫자를 만든 사람이 따로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해 볼 수 있는 확인은 이 정도입니다.
- 이유 찾기: 거래소 공지사항과 그 코인의 공식 채널에 새 소식이 있는지 먼저 봅니다
- 다른 거래소와 비교: 같은 코인이 다른 국내 거래소에도 있다면 거래량을 나란히 놓고 봅니다. 한 곳만 유난히 크면 쏠림입니다
- 사람 찾기: 백서에 나온 대표와 개발자 이름을 검색해 실제 경력이 나오는지 봅니다
솔직히 이 신호를 제가 제때 잡아낼 자신은 없습니다. 쏠림이 어느 정도면 이상한지 당국이 숫자로 기준을 준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호 하나라도 걸리면 그날은 사지 않는 쪽을 기준으로 삼으려 합니다.
4. 업비트 앱의 「주의」 표시도 같이 봅니다
업비트 고객센터 안내를 보면 거래소도 이런 움직임을 자동으로 살피고 있습니다. 가격 급등락, 거래량이나 입금량의 급증, 소수 계정 집중, 해외 시세와의 차이가 기준입니다. 걸리면 코인 이름 옆에 「주」, 「경」, 「위」 같은 표시가 자동으로 붙고, 조건이 풀리면 자동으로 사라집니다.
특히 「소수 계정 집중」은 이번 사건과 바로 닿는 항목입니다. 몇 안 되는 계정이 거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업비트도 이 경보를 단순 참고 자료로 쓰라고 적어 두었습니다. 표시가 없다고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거래소가 따로 지정하는 「유의 종목」과 상장폐지로 이어지는 흐름은 상장폐지 대응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상한 움직임을 봤다면 금융감독원 누리집의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및 투자사기 신고」 메뉴나 금감원 1332로 알릴 수 있습니다.

5. 솔직히 말해 개인이 차트만 보고 피하기 어려운 이유
금융당국이 이상 신호를 발표하고 거래소가 경고 표시를 띄워주는 건 분명 다행입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 있는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느끼는 한계는 명확합니다.
먼저 API를 이용한 자전거래나 가장매매는 사람 눈보다 훨씬 빠르게 일어납니다. 거래소 화면에 '주의' 딱지가 붙거나 거래량 쏠림이 보일 때쯤이면, 이미 시세조종 일당이 물량을 다 털어내고 떠난 뒤인 경우가 많을 수 있습니다. 일반 투자자가 눈으로 호가창 반짝임을 보고 판단하기엔 속도 차이가 너무 큽니다.
그리고 당국의 고발이나 수사는 언제나 '사후 약방문'일 수밖에 없습니다. 피해가 다 발생하고 가격이 흙더미가 된 다음에 적발해 봤자, 내 통장에서 사라진 원금을 돌려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 공지나 지표는 나를 지켜주는 방패가 아니라 '이미 사고가 난 지역'을 보여주는 표지판에 가깝습니다. 차트나 거래량 숫자가 아무리 화려해도, 내가 모르는 코인이라면 처음부터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것만이 가장 현실적인 방어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화면 속 숫자가 활발할수록 한 번 더 묻습니다
이번 발표를 읽고 나서 제일 걸린 것은, 코인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수사 중이니 당연한 일이지만, 그 코인을 산 사람은 지금도 자기가 산 코인이 여기에 해당하는지 모를 수 있습니다. 가격이 이미 내려앉은 뒤라면 더 그렇습니다. 이번 조치로 그 사람들이 손실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도 기사에서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남들 다 번다는데 나만 마이너스」라는 제목으로 알트코인 이야기를 쓴 적이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그 「남들」이 사람이 아니라 프로그램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줬습니다. 앞으로 거래량 순위 맨 위에 처음 보는 코인이 올라와 있으면, 오르는 이유보다 거래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먼저 묻겠습니다. 사기 코인의 다른 신호들은 스캠 코인 구별법 글에 모아 두었습니다.
참고자료
- 뉴스핌, 「'자동매매 시세조종'에 페이퍼컴퍼니까지…금융당국,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4건 적발」, 2026-09-23 · newspim.com
- 아시아경제, 「금융당국, 가상자산 시세조종·부정거래 4건 고발·통보」, 2026-09-23 · view.asiae.co.kr
- 동행미디어 시대, 「가상자산 임원이 거래 부풀려…금융위, 시세조종 4건 고발」, 2026-09-23 · sidae.com
- 업비트 고객센터, 「유의 종목과 주의 종목이 무엇인가요?」 · support.upbit.com
※ 이 글은 금융당국 발표를 다룬 기사와 거래소 공식 안내를 읽고 정리한 개인 기록이며, 특정 코인의 매수·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내용은 2026년 9월 기준입니다. 자세한 안내는 「블로그 소개 및 운영 원칙」을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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