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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개인투자자 6만 6천여 가구의 6년치 거래 기록을 정리한 논문을 읽다가 한 표 앞에서 한참을 멈췄습니다. 거래를 가장 자주 한 집단의 수익률이 시장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많이 사고팔면 그만큼 기회를 더 잡을 것 같은데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처음에는 수수료 때문이겠구나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더 읽어 보니 수수료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차이였습니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저도 그 표 안에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오늘은 직장을 다니면서 코인 시세를 들여다볼 때 실제로 무엇이 깎이는지, 그리고 그것을 줄이려면 무엇을 미리 정해 두어야 하는지 정리해 드립니다.

1. 코인 시장이 직장인에게 특히 불리한 이유가 있습니다
국내 주식은 오전 9시에 열리고 오후 3시 30분에 정규장이 끝납니다. 그런데 2026년 9월 14일부터 한국거래소 애프터마켓이 열려서 오후 4시부터 밤 8시까지 거래가 됩니다. 넥스트레이드까지 합치면 아침 8시부터 밤 8시까지입니다. 그래도 밤 8시에는 닫힙니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아예 쉽니다.
코인은 그 장치가 없습니다. 24시간, 주말도 공휴일도 없이 움직입니다. 거래소가 서버 점검으로 잠깐 멈추는 시간을 빼면 언제든 열려 있습니다.
문제는 시장을 흔드는 큰 변수가 대개 밤에 온다는 점입니다.
-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한국 시간 밤 9시 30분 전후 (서머타임이 끝나면 한 시간 뒤로 밀립니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 회의 결과 발표: 한국 시간 새벽 3시 전후 (같은 이유로 한 시간 차이가 납니다)
직장인에게는 잠들기 직전이거나 이미 자고 있어야 하는 시각입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보면 이미 다 끝나 있고, 어젯밤에 깨어 있던 사람들만 대응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 느낌이 밤에 휴대폰을 붙들게 만듭니다.
「확인할 수 있다」와 「확인해야 한다」는 다릅니다
24시간 열려 있다는 건 언제든 볼 수 있다는 뜻일 뿐입니다. 그런데 주머니에 휴대폰이 있으면 「볼 수 있다」가 슬그머니 「봐야 한다」로 바뀝니다. 주식은 시장이 대신 닫아 주지만 코인은 닫아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참고로 이 시장은 소수의 전업 투자자만 있는 곳이 아닙니다. 금융위원회 실태조사를 보면 2025년 6월 말 기준 국내 거래가능 이용자는 1,077만 명이고, 2025년 12월 말 기준으로 보유 금액이 100만 원 미만인 이용자가 826만 명입니다. 대부분은 직장이나 생업이 따로 있으면서 소액으로 하는 사람들입니다.
2. 근무 중에 시세를 확인하면 무엇이 먼저 깎이나요
내 경험담
저는 2024년 12월에 아는 동생한테 「시바이누가 뜬다」는 말을 듣고 시작했습니다. 두 달을 기다려도 오르지 않아 리플로 갈아탔고 거기서 손해를 봤습니다. 그다음부터는 단가가 싼 코인, 가장 많이 떨어진 코인을 찾아다녔습니다. 수익률은 마이너스 70퍼센트까지 갔습니다.
그 시기에 일하다가 휴대폰을 자주 뒤적여 봤습니다. 밤에 잠을 설치거나 제대로 못 자던 때도 그때입니다.
돈이 줄어드는 것은 계좌를 열면 보입니다. 그런데 보이지 않게 줄어드는 것이 세 가지 더 있습니다.
- 시간: 한 번 보는 데 30초라고 해도 하루 스무 번이면 10분입니다. 문제는 30초가 30초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 집중: 하던 일에서 손을 뗐다가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서류를 보다가 시세를 보고 오면 아까 어디까지 읽었는지부터 다시 찾아야 합니다
- 신뢰: 회의 중에, 현장에서, 상대가 말하는 중에 휴대폰을 본 횟수는 본인만 기억하지 못합니다. 옆 사람은 기억합니다
세 번째가 제일 비쌉니다. 코인은 손해를 봐도 회복할 기회가 또 오지만, 일터에서 쌓은 평판은 한 번 금이 가면 되돌리는 데 몇 배가 듭니다.
3. 많이 거래한 사람이 더 벌었는지 숫자로 확인해 봤습니다
앞에서 말한 논문은 브래드 바버와 테런스 오딘이 2000년 4월 저널 오브 파이낸스에 실은 연구입니다. 미국 대형 증권사의 개인 계좌 6만 6,465가구를 1991년 2월부터 1997년 1월까지 6년간 추적한 자료입니다.
- 평균적인 가구는 1년에 보유 주식의 75퍼센트 이상을 갈아탔습니다
- 거래가 가장 활발한 5분의 1 집단: 비용을 빼기 전 연 18.7퍼센트, 비용을 뺀 뒤 연 11.4퍼센트
- 같은 기간 시장지수: 연 17.9퍼센트
- 평균적인 가구: 연 16.4퍼센트
가장 부지런히 거래한 집단이 그냥 지수를 들고 있던 것보다 연 6퍼센트포인트 이상 뒤졌습니다. 거래 자체가 손해를 만든 것이 아니라, 거래에 붙는 비용과 「지금 눌러야 한다」는 판단이 쌓여서 만든 차이입니다.
이 연구는 주식이고, 코인이 아닙니다
솔직하게 밝히고 넘어가겠습니다. 1990년대 미국 주식 자료입니다. 수수료 구조도 지금과 다르고 변동성도 코인과 다릅니다. 이 숫자를 코인에 그대로 옮겨 붙일 수는 없습니다. 저는 그렇게 말할 만한 근거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방향은 참고할 만합니다. 그리고 코인 쪽이 조건은 더 나쁩니다. 주식은 장이 닫히면 갈아탈 수가 없는데, 코인은 새벽 세 시에도 갈아탈 수 있습니다.
4. 잠을 설치는 것은 건강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의사가 아니고 여기서 건강 이야기를 할 자리도 아닙니다. 다만 잠이 부족한 채로 출근한 다음 날, 제 판단이 평소와 같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 대목이 주식과 결정적으로 갈립니다. 새벽에 주식이 폭락하는 꿈을 꾸고 깨도 팔 수가 없습니다. 장이 닫혀 있습니다. 아침이 오고, 출근하고, 9시가 되면 이미 생각이 정리돼 있습니다. 그 「못 하는 시간」이 실은 보호 장치였습니다.
코인은 새벽 세 시에 깨서 화면을 보고 그 자리에서 누를 수 있습니다. 가장 흐린 머리로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구조입니다.
짚고 넘어갈 점
24시간 거래는 늘 편의로 소개됩니다. 그런데 직장인 입장에서 실제로 늘어난 것은 「거래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 「거래하지 않기로 정해 두어야 하는 시간」입니다. 주식시장이 닫으면서 대신 내려 주던 결정을, 이제는 본인이 매일 내려야 합니다.

원칙만 세운다고 다 해결되지 않는 이유 (현실적인 한계점)
솔직히 말씀드리면, 앞서 말한 규칙 세 가지를 정해둔다고 해서 뇌동매매가 100% 막히지는 않았습니다. 의지력만 믿고 버티기엔 인간의 의지가 생각보다 얇거든요. 화면을 안 보려고 앱을 숨겨둬도, 한번 코인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웹 브라우저로 접속해서 시세를 검색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결국 '보지 않겠다'는 정신력 싸움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시장을 보지 않는 시간에 발생할 폭락이나 폭등이 불안해서 다시 차트를 켜게 되니까요. 그래서 차트를 안 보는 연습과 함께 ‘내가 없는 사이에도 일할 자동 장치’(손절매 및 예약 매도 설정)를 거래소 앱에 미리 걸어두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병행되어야만 이 규칙이 비로소 작동한다는 점을 꼭 덧붙이고 싶습니다.
5. 직장을 지키면서 코인을 보는 방법 세 가지
거창한 원칙은 오래 못 갑니다. 손이 움직이는 순서를 바꿔 놓는 편이 낫습니다.
1) 보는 시각을 미리 정해 둡니다
하루 한 번, 정해진 시각에만 봅니다. 출근 전이나 저녁 식사 뒤처럼 이미 습관이 붙은 시간에 붙이면 지키기 쉽습니다. 「생각날 때 본다」는 규칙은 규칙이 아닙니다.
2) 알림을 끕니다
가격 알림은 편리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볼 시각을 시장이 정하게 넘겨주는 장치입니다. 알림이 울리면 그때가 회의 중이든 운전 중이든 보게 됩니다.
- 안드로이드: 설정 → 알림 → 앱 알림 → 거래소 앱을 찾아 끕니다
- 아이폰: 설정 → 알림 → 목록에서 거래소 앱 → 「알림 허용」을 끕니다
- 앱 안에서도 한 번 더 확인합니다. 거래소 앱 자체의 가격 알림 설정은 따로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권하고 싶은 것은, 휴대폰 홈 화면 첫 장에서 거래소 앱을 빼는 일입니다. 아이콘을 길게 눌러 두 번째 화면이나 폴더 안으로 옮기면 됩니다. 별것 아닌 것 같은데, 무심코 누르는 횟수가 줄어듭니다.
3) 밤에 본 화면으로는 누르지 않기로 미리 정합니다
새벽에 깨서 봤다면 보는 것까지만 합니다. 누르는 것은 아침에 다시 보고, 그때도 같은 생각이면 그때 누릅니다. 하룻밤 사이에 사라질 기회라면 애초에 제가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다고 보는 편이 편합니다.
회사 규정도 한 번 확인해 두시면 좋습니다
업무 시간 중 사적인 금융 거래에 관한 규정을 두는 회사도 있습니다. 모든 회사가 그렇다는 뜻은 아니고, 저도 모든 업종을 확인해 본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한 번도 읽어 본 적이 없다면 취업규칙이나 임직원 행동규범을 찾아 확인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문제가 생긴 뒤에 읽으면 늦습니다.

시장이 닫히지 않으면 내가 닫아야 합니다
저는 수익률 마이너스 70퍼센트를 보고 나서야 이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더 오래 남은 것은 손실 숫자가 아닙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던 그 시기의 기억, 그리고 밤에 잠을 설치던 기억입니다.
돈은 다시 벌 기회가 옵니다. 그 몇 달은 다시 오지 않습니다.
차트를 보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보는 시각을 시장이 정하게 두지 말고 제가 정하자는 이야기입니다. 이 시장은 닫아 주지 않으니까요.
참고자료
- Brad M. Barber, Terrance Odean, 「Trading Is Hazardous to Your Wealth: The Common Stock Investment Performance of Individual Investors」, The Journal of Finance Vol. LV No. 2, 2000년 4월 · faculty.haas.berkeley.edu
- 금융위원회, 「'25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 2025-09-30 · fsc.go.kr
- 금융위원회, 「'25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 2026-03-25 · fsc.go.kr
※ 이 글은 공개된 기사와 정부 자료, 논문을 직접 읽고 정리한 개인 기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거래 시간과 제도는 2026년 9월 기준입니다. 자세한 안내는 「블로그 소개 및 운영 원칙」을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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